정의와 평화의 가요

혼자 생각하는 추도식...5.18│오월의 노래

리차드 강 2009. 5. 19. 08:26
혼자 생각하는 추도식...5.18│오월의 노래

5월은 계절의 여왕이다. 그리고 '가정의 달'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몇가지의 좋지 않은 기억들로 얼룩져있는 게 바로 5월이다. 심지어 입대를 한 것도 10년전 5월이었으니, 그리고 또 우리나라의 근대사에서 5월은 더욱 참혹한 계절이다.

5월의 첫날, 바로 오늘 메이데이(May Day). 즉 '노동절'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렀던가. (제 날짜만 차지했을 뿐, 충분한 의미 부여는 여전히 되지 못하고 있다.)

학살 2 - 김남주 [전사2 / 학살2 (1997)]

김남주 시인 육성시선 낭송집 1997

김남주 1946-1994

Track.02 - 학살 2

 

학살 2 - 김남주(시 : 낭송)

편곡 : 윤민석(편집)

오월 어느날이었다
80년 오월 어느날이었다
광주 80년 오월 어느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경찰이 전투경찰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전투경찰이 군인으로 대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미국 민간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도시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들이 차단되는 것을

아 얼마나 음산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계획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날 낮이었다

낮 12시 나는 보았다
총검으로 무장한 일단의 군인들을
낮 12시 나는 보았다
이민족의 침략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낮 12시 나는 보았다
민족의 약탈과도 같은
일군의 군인들을
낮 12시 나는 보았다
악마의 화신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도시는 벌집처럼 쑤셔놓은 심장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용암처럼 흐르는
피의 강이었다
밤 12시
바람은 살해된 처녀의
피묻은 머리카락을 날리고
밤 12시
밤은 총알처럼 튀어나온
아이의 눈동자를 파먹고
밤 12시
학살자들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시체의 산을 옮기고 있었다

아 얼마나 끔찍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조직적인 학살의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날 낮이었다

낮 12시
하늘은 핏빛의 붉은 천이었다
낮 12시
거리는 한 집 건너
울지 않는 집이 없었다
무등산은 그 옷자락을 말아올려
얼굴을 가려 버렸다
낮 12시
영산강은 그 호흡을 멈추고
숨을 거둬 버렸다

아 게르니카의 학살도
이리 처참하지는 않았으리
아 악마의 음모도
이리 치밀하지는 않았으리

     

오월의 노래 - 노래를 찾는 사람들

노래를 찾는 사람들 2집 (서울음반 1989)

노래를 찾는 사람들 2기 : 1989년

Side B 3. 오월의 노래(작사, 곡:문승현) 최문정 노래

 

봄볕 내리는 날 뜨거운 바람 부는 날
붉은 꽃잎 져 흩어지고 꽃 향기 머무는 날
묘비없는 죽음에 커다란 이름 드리오
여기 죽지 않은 목숨에 이 노래 드리오
사랑이여, 내 사랑이여...

이렇듯 봄이 가고 꽃 피고 지도록
멀리 오월의 하늘 끝에 꽃바람 다하도록
해 기우는 분숫가에 스몄던 넋이 살아
앙천의 눈매 되뜨는 이 짙은 오월이여
사랑이여, 내 사랑이여...

     

그리고 5.16. - 1961년 5월 16일. 이성계가 1392년에, 그리고 일제가 20세기 초에 '무력'을 앞세워 권력을 차지했듯, 한 줌의 군인들이 이땅을 차지해버렸다. 그날 이후로 무려 '십팔'년 동안 검은 선글라스의 '군발이'는 이땅의 제왕으로 군림했다.

그가 심복의 총에 사라진 뒤 맞이한 다시 5월. 1980년 5월은 '피'의 오월이었다. 하여, 5월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는 바로 다음의 노래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오월의 노래 2 - 민중문화운동연합

현장의 소리 1 (비합법 음반 1989)

민중문화운동연합

Side A Track.02 - 오월의 노래 2

 

     

오월의 노래 2

1.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우리가슴에 붉은 피 솟네

2. 왜 쏘았지 왜 찔렀지 트럭에 싣고 어디갔지
망월동에 부릎뜬 눈 수천의 핏발 서려있네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우리가슴에 붉은 피 솟네

3. 산 자들아 동지들아 모여서 함께 나가자
욕된 역사 투쟁없이 어떻게 헤쳐 나가리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우리가슴에 붉은 피 솟네

4. 대머리야 쪽바리야 양키놈 솟은 콧대야
물러가라 우리역사 우리가 보듬고 나간다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우리가슴에 붉은 피 솟네 붉은 피피피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겨울연가"에는 바로 이 노래가 '최지우'의 테마로 쓰였었다. 이루마의 피아노 연주곡으로 말이다. 제목은 "When the love fall". 이 곡은 루시엥 모리스(Lucien Morrisse)를 추모하여 미셀 뽈나레프(Michel Polareff)가 1971년 작사·작곡한 샹송 "누가 할머니를 죽였는가?(Qui A Tue Grand'Maman)"를 번안한 노래라고 한다. 박인희가 이 노래를 "사랑의 추억"이란 제목으로 번안하여 부른 적이 있지만, 이른바 '5월가'라고 불리는 위의 노래가 더 익숙하다. (개봉 예정인 김혜수 주연의 <분홍신>에도 테마로 사용된 듯.)

사실 80년 광주는 꽤 오랜 세월동안 비밀 아닌 비밀로 남아 있었다.
광주의 현장을 목격하고 얼토당토하지 않는 '충격의 르뽀'를 써갈긴 건 조갑제 옹이었고, 핏빛 현장에서 살아남아 서울로 올라온 후 '동포에게 드리는 글'을 남기고 기독교회관에서 몸을 내던진 것은 서강대학생이었던 김의기 군이었다.

그리고 서슬퍼렇던 1981년. "5월의 노래2"에 나오는 '대머리'가 대통령 자리에 올라 희희낙락하고 있을 당시. MBC 대학가요제 대상은 정오차가 부른 '바윗돌'이 차지했다.

이 노래의 노랫말은 그저 대학생다운 평범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정오차는 대상을 수상한 직후, 한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광주에서 죽은 친구를 생각하며 만든 노래"라는 말을 하였고, 당연히도(?) 이 노래를 꽤 오랫동안 방송에서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정오차 - 바윗돌 (대상)

제5회 '81 Mbc 大學歌謠祭 2集 (현대음향 1981)

정오차

7. 바윗돌 (대상) (작사, 곡:정오차)

 

     

 

 

바윗돌 :::: 정오차

찬비 맞으며 눈물만 흘리고
하얀 눈 맞으며 아픔만 달래는 바윗돌
세상 만사 야속타고 주저앉아 있을쏘냐
어이타고 이내청춘 세월속에 묻힐쏘냐

* 굴러굴러 굴러라 굴러라 바윗돌
한맺힌 내청춘 부서지고 부서져도
굴러굴러 굴러라 굴러라 바윗돌
저하늘 끝에서 이세상 웃어보자 (하하 / 바윗돌)

안개낀 아침에는 고독을 삼키고
바람부는 날에도 설운맘 달래는 바윗돌
세상만사 야속타고 주저 앉아 있을쏘냐
어이타고 이내청춘 세월 속에 묻힐쏘냐

     

1985년 무렵 큰 인기를 모았던 김원중의 "바위섬"(배창희 작사/곡) 역시 광주를 소재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노래다. 이 노래는 당시 완전히 고립되어 외부로 소식을 알릴 수도 없고, 정보를 들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죽음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던 광주의 현실을 상징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점에 있어서는 약간의 반론도 있다.)

바위섬 - 김원중

바위섬 1집 (DAS 1984)

김원중 Kim, Won-Joong

No.1 - 바위섬

 

바위섬 :::: 김원중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섬 인정없던 이곳에
세상사람들 하나둘 모여들더니
어느 밤 폭풍우에 휘말려 모두 사라지고
남은 것은 바위섬과 흰 파도라네
바위섬 너는 내가 미워도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
다시 태어나지 못해도 너를 사랑해
이제는 갈매기도 떠나고
아무도 없지만 나는 이 곳 바위섬에 살고싶어라

     

광주 출신의 정오차, 김원중의 두 노래 이상으로 충격적인 노래는 인순이에 의해 불려졌었다. 1984년 광주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인순이는 자신의 당시 인기곡 "여기가 어디냐"를 불렀다. 당시 방송을 듣던 광주 시민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서슬퍼렇던 시기에 인순이는 분명 "광주 광주 다시보자"를 외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여기가 어디냐 - 인순이

아름다운 우리나라 / 여기가 어디냐 (HKR 1984)

인순이 In, Soon-Ee / 본명:김인순 (1957 - )

Side A - 3. 여기가 어디냐(광주)

 

여기가 어디냐 :::: 인순이

여기가 어디냐 꿈속에 그리던곳 꿈을 버리고 무엇을 찾아 나 여기 떠났던가
정든 내땅 다시보자 눈물이 앞을 가리네 나떠난 뒤에 누가 너를 이렇게 아껴주었나
여기가 어디냐 추억이 숨쉬는곳 정을 버리고 누구를 따라 나여기 떠났던가
정든내땅 다시보자 너도 많이 달라졌구나 나 떠난 뒤에 누가 너를 이렇게 아껴주었나
여기가 어디냐 어머님 계시던곳 정이 그리워 꿈이 그리워 나여기 다시 또 왔네
광주 광주 다시 보자 내 어찌 너를 잊으랴 나 떠난 뒤에 누가 너를 이렇게 아껴 주었나
광주 광주 다시 보자 내 어찌 너를 잊으랴 나떠난 뒤에 누가 너를 이렇게 아껴 주었나

이 노래의 공식적인 버전에는 물론 '광주 광주 다시보자'라는 가사 대신 '한줌 한줌 다시보자'라는 것으로 대체되어 있다. 인순이라는 가수가 그저 광주를 찾아간 김에 일회적으로 라이브에서 '가사 바꿔 부르기'를 한 것이 아니었을까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 노래의 오리지날 가사는 분명 '광주 광주'였다고 하니, 놀라울 수밖에 없다.

인순이가 비감에 차 외치던 '광주 광주'를 과연 우리는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지.
(광주 영령들이 깃든 곳에서 서울'특별'시의 시장님께서 정황이야 어쨌든 파안대소하셨단다.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모두가 힘들잖아요" 그리고 바로 어제, 광주의 피를 밟고 만들어진 5공 출신 인사를 공천했던 여당은 재보선에 참패하고 말았다. 한마디만 하자. 둘다 하핫~ 즐.)

이상은 아래의 두 글을 다시 정리하면서 만들어진 글입니다.
관련글1 : 새벽길님 미디어몹 블로그
관련글2 : 디오티마님 이글루

글 출처 : 늘 갈림길 한 걸음 더

     

오월의 노래 3 - 민중문화운동연합(노래패 새벽)

저 평등의 땅에 (비합법 음반 1988)

민중문화운동연합

Side B Track.01 - 오월의 노래 3

 

보라 남도에 빛나는 나라 있다
어둠 뚫고서 굳힌 항쟁의 나라
푸르던 날에 슬프던 날에
억압 받던 날 두렵던 날에
핏빛 투쟁으로 이룬 나라 있다
오월 무등에 타오른 불길 있다

보라 남도의 찬란한 나라 있다
어둠 뚫고서 굳힌 통일의 나라
푸르던 날에 기쁘던 날에
전진하던 날 벅차던 날에
핏빛 사랑으로 이룬 나라 있다
오월 찬란한 부활의 나라 있다

(후렴) 하늘은 여전히 푸르른 평화
바다는 여전히 자유의 파도
보라 여기 피로 물들어 아름답게 빛나는 나라
보라 여기에 붉은 피로 물들어
한 떨기 꽃으로 빛나는 사람들 있다

보라 여기에 붉은 피로 물들어
한 떨기 꽃으로 빛나는 사람들 있다

     

오월 이야기 - 노래를 찾는 사람들

노 찾 사 (10년을 보내고) Orange 1995

노래를 찾는 사람들 1기 : 1984년

8. 오월 이야기 - 최문정, 신지아, 권진원

 

새벽 이슬 내리는 어둠 속 슬픔에
그 여름 언덕을 넘어 갈때
아름다운 소녀가 울분과 비탄에
남몰래 우는 걸 보았다네

난 그 소녀 가까이 다가가 왜 이리
슬프게 우는지 물었다네
그 소녀는 눈물을 감추며 말했네
사랑했던 부모 형제들

군화발에 밟히고 대검에 쓰러져
수많은 사람이 죽어 갔고
찬란했던 5월에 하늘을 보면서
새 날의 아침을 기다렸네

     

임을 위한 행진곡 - 노래를 찾는 사람들

노래를 찾는 사람들 3집 (1991)

노래를 찾는 사람들 3기 : 1991년

5. 임을 위한 행진곡 (사:백기완 곡:김종률)  전체 합창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나, 너 그리고 우리 - 김용학
제 3 회 MBC 신인 가요제 (1989)
아세아 레코드 (1989.5)
No.1 - 나, 너, 그리고 우리
 
1989년 제3회 MBC  신인 가요제 대상 수상
나 너 그리고 우리 (작사:김용학 작곡:김용학)
저 멀리 끝도 없는 어둠 속을 걸어가는 지금
먼저 가신님들이 손을 흔드네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당신의 마음을
알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도시에 저편에서 불어오는 잿빛바람
서글픈 사연들만 남기고 갔네
오늘은 안녕하며 등을 돌리고
내일 또다시 태양은 떠오르는가
어차피 가야 할 머나먼 인생
혼자서는 갈수 없는 외로운 미로
우리가 손을 잡고 가슴을 열면
비바람 불어와도 서럽진 않아
아 ~
나 너 그리고 우리
살아서 움직이는 모든 것들과
죽어서 영원한 많은 꿈들이
어느 날 우리가슴 울리고 가도
어차피 가야 할 머나먼 인생
혼자서는 갈수 없는 외로운 미로
우리가 손잡고 가슴을 열면
비바람 불어와도 서럽진 않아
아 ~
나 너 그리고 우리
1989년 제3회 MBC 신인가요제에서 '나 너 그리고 우리'라는 곡으로 대상을 수상 경력이 있으며 현재는 "김요한" 이라는 이름으로 CCM 가수로 활동하는데 그룹 J-BAND(김상이+김요한) 을 이끌어 가고 있다.
     

5.18 - 정태춘

정태춘, 박은옥 9집 - 정태춘 박은옥 20주년 기념

정태춘 鄭泰春 / Cheong, Tae-Choon 1954 -

Track. 7 - 5.18 (작사, 곡, 편곡:정태춘, 최성규)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거리에도 산비탈에도 너희 집 마당가에도
살아남은 자들의 가슴엔 아직도
칸나보다 봉숭아보다 더욱 붉은 저 꽃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그 꽃들 베어진 날에 아아 빛나던 별들
송정리 기지촌 너머 스러지던 햇살에
떠오르는 헬리콥터 날개 노을도 찢고
붉게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깃발 없는 진압군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탱크들의 행진 소릴 들었소

아, 우리들의 오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 날 장군들의 금빛 훈장은 하나도 회수되지 않았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소년들의 무덤 앞에 그 훈장을 묻기 전까지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옥상 위에 저격수들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난사하는 기관총 소릴 들었소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여기 망월동 언덕배기에 노여움으로 말하네
잊지마라 잊지마 꽃잎같은 주검과 훈장
너희들의 무덤 앞에 그 훈장을 묻기 전까지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태극기 아래 시신들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절규하는 통곡 소릴 들었소

잊지마라 잊지마 꽃앞같은 주검과 훈장
소년들의 무덤 앞에 그 훈장을 묻기 전까지.

     

잘생긴 꾀꼬리 꽃미남 리차드강 어리버리 돈키호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