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하여

김광석 10주기...2006-1-6 │ 마음의 사람

리차드 강 2009. 6. 14. 01:42

김광석 10주기...2006-1-6

트리뷰트 - 가객 (1996 문화레코드)

김광석 金光石 Kim, Kwang-Seok 1964-1996

부치지 않은 편지 - 여러버전

 

     
 

 
     
 

 
     
 

 
     
 

 
     
 

 
     
 

 
     
 

 
     
 

 
     
 

 
     
 

 
     
 

 
     
 

 
     
 

 
     
 

 
     
 

 
     
 

 
     
 

 
     
 

 
     
 

 
     
 

 
     
 

 
     
 

 
     
 

 
     
 

 
     
 

광석이 형. 그래서 다시 당신이 그리운 요즘이랍니다. 아니 언제나 그리운 당신이랍니다. 오늘은 술을 한 잔 할 생각이랍니다. 조금 취기가 오르면 노래방이든 골목길이든 한 자리 차고 앉아서 형 노래들을 부를 생각이예요. 형이 떠난 날이라 슬프긴 하지만 아주 기분좋게 부를 겁니다. 괜히 속상한 거 아니지요?

광석이 형. 그곳에서는 정말 행복하세요 형의 바램처럼 저도 여기에서 행복할께요. 광석이 형. 정말 고마워요 2006년 1월 6일을 맞으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게 된 거. 그때나 지금이나 서운하지도 슬프지도 않습니다. 이미 형은 제게 참 많은 선물들을 주었거든요. 슬플 때, 기쁠 때, 우울할 때, 흥이 날 때, 신날 때, 울고싶을 때, 짧거나 때론 긴 여행갈 때, 그리고 혼자이고 싶을 때….

언제나 형은 내 옆에 함께 있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형의 노래가 우울하다고 합니다. 축축 쳐진다고 합니다. 노래방에서 불러볼까 싶으면 궁상떤다고들 난리입니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불끈하면서 그게 아니라고 다시 잘 들어보라고 꼭 당부를 하곤 합니다. 아마도 이젠 형이 여기에 없어서 그런가 봐요. 형처럼 환한 웃음으로 모든 이들의 행복을 바라던 사람도 흔치않은데 말입니다.

     
 

미친듯이 공연장을 따라다니며 사각 프레임 안에 당신을 고정시켰었지요. 사진 배운지 얼마 되지도 않아 뭐가 뭔지도 모를 때였는데…. 왜 그렇게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지 모르겠어요. 암실에서 밤새 인화를 해서 만든 흑백사진들을 형에게 몇 번 보내드렸지요. 참 좋아하셨어요..그때도. 그게 그렇게 좋았답니다. 형이 좋아해 줘서 말입니다. 우린 가끔 무대 뒤에서 따로 만나기도 했던 것도 기억 나시나요. 학전소극장이었던가요. 1000회 기념 공연 때도 따로 대기실에서 만났었지요. 나중에 내게도 뭔가 선물을 해주겠다고 했던 약속도 그때 언제쯤엔가 해주셨지요.

     
 

“저, 저, 여기 처음 왔는데요.” 벌벌 떨면서 그렇게 대답 했었지요. 참 바보같은 대답이었는데 아마도 그런 제 모습이 참 우스웠을 거예요. 지금도 역시 눈에 선하게 남아 있답니다. 얼마전 오래된 필름들을 꺼냈습니다. 10년 전 그날 이후 다시 꺼내보지 않던, 형을 담았던 필름들이지요.

     
 

형은 너무 좋아하셨어요. 공연때마다 보여줬던 그 하회탈같이 순박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입니다. 그리고는 캔맥주 하나를 직접 꺼내와서는 내게 주셨지요. 별다른 말없이 고맙다며 계속 웃어주기만 하면서 말입니다. 이젠 정말 기억나시지요. 형의 일행 중 한명이 제게 말을 걸었지요. 이런 춤추는 데 오는 사람이 어떻게 광석이형을 좋아하냐고 말입니다.

     
 

93년 가을쯤이었나 봐요. 지금도 있는가 모르겠습니다. 홍대 앞에 유명했던 ‘발전소’라는 술집이었지요. 캔맥주 마시면서 기분 좋으면 한가운데 있는 무대에 나와 춤까지 출 수 있었던 곳이었어요. 친구들과 어울려 흐느적거리다가,

형을 봤지요. 형은 그때 조금 취해 있었답니다. 기억 나시나요. 너무 노래에 빠져있을 때라 한 눈에 형을 알아보고는 어떻게 말이라도 걸어볼까 망설였지요. 정말 형을 엄청 좋아했거든요제 주머니엔 은박지에 싸인 키세스 초콜렛이 하나 있었습니다. 형과 일행들이 있는 자리에 가서 슬쩍 초콜렛을 내밀었지요. 기억 나시지요. “저~. 팬입니다. 받아주세요.” 저 정말 무지 떨었습니다.

     
 

아하! 동물원 1집도 있답니다. 재킷 뒷면엔 그들 중 제일 작은 형이 마치 키재기라도 하려는 듯 목을 쭈욱 빼고 서서는 가로등 불빛 아래 줄지어 있는 사진도 있지요. 그거 보고 많이 웃었는데….

     
 

4년도 였던가요. 4집 나올 때는 당장 들어야한다는 급한 마음 때문에 눈에 띄는 테잎 부터 먼저 사버렸지요. 어느 동네 구멍가게 였는데, 곧바로 작은 카셋트에 끼워 들으며 좋아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기만 합니다.

     
 

지금도 벽면 가득한 낡은 LP판 틈에서 형 꺼 몇 장 끄집어내곤 합니다. 무던히도 많이 들었지요. 진즉 사인이라도 받아놓을 걸 후회하며 곱게 간직했던 낡은 LP 몇 장. 다시부르기 1집은 너덜너덜할 정도랍니다. 얼마전 턴테이블 바늘을 아주 좋은 걸로 바꿨거든요. 야~. 형 목소리가 훨씬 가까이 들리더라구요. 아무리 들어도 형 노래는 CD 보다는 LP 소리가 훨씬 정감 있잖아요. 왜.

     
 

오해는 하지 말아요. 형. 섬처녀 설레는 마음처럼 그런 수줍음은 아니랍니다. 1000회의 노랫자리에 그저 몇 차례 함께 있었던 저와 같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답니다. 저는 수많은 그들 중 한 사람일 뿐이랍니다. 형의 노래를 저만치서 듣고는 이내 좋아하게 된 그 수많은 이들 중 그저 한 사람일 따름이랍니다.

     
 

歌人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 광석이 형. 다시 당신이 그리운 오후입니다. 이즈음, 형의 노래가 가슴속 허공을 메우는 이유는 단지 땅위에 당신이 없기 때문은 아닙니다. 어느새 10년이라는, 정녕 한묶음이 되어버린 지난 세월의 두께가 커서도 아니랍니다. 우습게도 작은 고백이라도 되려는지도 모르겠어요. 시린 겨울 오후 왜 당신이 그리운 지, 서른을 훌쩍 넘겨 마흔 즈음이 되어가는 지금 왜 부질없는 속내를 드러내듯 형이 그리운 걸까요.

     
 

사진/글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어리버리 돈키호테도 김광석을 생각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사진도 잘찍고 글도 잘 쓰기에 옮겼다.

백수재에서 2006-01-21.

     

잘생긴 꾀꼬리 꽃미남 리차드강 어리버리 돈키호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