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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의 꽃밭으로 초대합니다. | 그림과 음향

리차드 강 2009. 6. 23. 08:07

클림트의 꽃밭으로 초대합니다.

Gustav Klimt 1862~1918

개양귀비 들판

1907, 캔버스에 유채, 110㎝×110㎝, 오스트리아미술관 소장

     

Mendelssohn Song without Words Op.19 No.1

E Major Andante con moto

Sweet Remembrance - Daniel Barenboim, piano

     

클림트의 꽃밭으로 초대합니다.

네비온 뒤의 물기를 머금어야 새싹들의 잎사귀도 초록으로 물들고 키도 한 움큼씩 성장합니다. 또 한 낮의 태양 빛 열기를 품어야 들판의 곡식과 열매도 단 맛을 담아 탐스럽게 익어갑니다. 그만큼씩 들판의 이름 모를 꽃들과 어느 집 정원의 꽃들도 아름다운 자태를 피워냅니다.

봄날에 새롭게 맞게 되는 꽃들은 새초롬하고 예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어느 집이든 아무리 잘 가꾸었다고 해도, 유월을 지나 칠월이 되어서야 그 풍성하면서도 아름다운 정원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작열하는 태양을 끌어안을 수 있는 칠월이 되어야만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의 꽃 그림도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오늘 소개할 클림트는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화가입니다. 그에 대한 적지 않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알려진 내용들은 그리 많지 않으며, 작품의 진위 여부조차 알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의 그림 가운데 유명한 작품은 <입맞춤(Kiss)>과 <유디트(Judith)>이며, 인물과 초상, 누드 그림을 주로 그렸습니다. 그의 그림 가운데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지만, 이 여름에 한껏 제 멋을 느낄 수 있고, 화면 가득 풍성한 꽃 풍경그림 4점을 감상하려고 합니다.

그림을 읽기 전에, 그의 일생과 일화, 가족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빈(Viennese) 화가인 그는 비엔나 분리학파의 창시자였으며, 아르누보(art nouveau, 유겐트 양식,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서 유럽 및 미국에서 유행한 장식 양식)의 대표자로서, 궁전이나 대저택, 시립극장, 빈대학, 부르크 극장 등의 벽화를 제작하였습니다. 동양적인 장식양식에 착안하였으며, 추상화 같기도 한, 혼합물감, 금박, 은박, 수채를 함께 사용한 다채로운 기법은 그의 독창적인 것입니다.

클림트는 1862년 7월 14일 오스트리아, 비엔나 근처 바움가르텐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 금세공업자였던 아버지가 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하자, 매우 궁핍한 생활을 해야만 했던 클림트는 14살이 되던 해에 다니던 학교마저 그만 두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그림에 대한 그의 천부적인 재능이 발휘된 것은 아주 특별하고도 위험스런 장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정치현실을 비난하는 그림을 담벼락에 그려서 경찰에 연행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그의 예술적인 재능이 조금씩 인정받게 되면서, 비엔나의 국립응용미술학교인 쿤스트게버베슐(Kunstgewerbeschule)에 입학함으로써 직업적인 화가로서의 인생을 살게 됩니다.

그는 화가로서 표현의 자유를 구속하고 억압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조롱과 야유가 섞인 비판도 서슴지 않는 강인한 모습도 보여주었습니다. 당시 미술계의 주류를 이끌었던 미술가협회의 오랜 전통에 도전하여 외국의 새로운 미술경향들을 소개하였고, 젊은 작가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분리파(Secession)를 설립하여 적극적인 활동을 하였습니다.

한편, 어머니와 누이의 만성적인 정신질환과 가족들의 잇따른 죽음은 그에게 있어서 모성과 사랑, 그리고 가족애에 대한 절실한 갈망을 불러일으켰으며, 특히 가족의 죽음은 그의 작품세계와 색채, 주제에 있어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삶에 대해서 좀 더 따뜻한 시선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래의 그림들도 그의 말년에 그런 따듯한 시선을 캔버스에 담아둔 작품들입니다.

     

십자가

1911~12 캔버스에 유채, 110㎝×110㎝ 화재로 소실

정원에 만발한 꽃

1905~1906, 캔버스에 유채, 110㎝×110㎝, 오스트리아미술관 소장

클림트는 경제적 여유가 있던 말년에 그가 좋아한 여인 에밀리 플뢰게와 그녀의 가족들과 함께 빈에서 가까운 아테제 호수에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이곳은 빈에서도 조용한 곳이었는데, 클림트는 작업할 때 누가 방해하는 것을 싫어하였기 때문에,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다양한 풍경화를 그렸습니다.

위 그림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의 풍경화에는 인물을 그려 넣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또한 그의 대부분의 풍경화는 캔버스에 유채화에 110㎝×110㎝ 의 정사각형 구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해바라기가 있는정원

1905~1906, 캔버스에 유채, 110㎝×110㎝, 오스트리아미술관 소장

해바라기

1906~1907, 캔버스에 유채, 110㎝×110㎝, 개인소장

위 두 해바라기 그림에서도 그만의 상상과 시간에 대한 느낌, 독특한 기법을 볼 수 있는데, 마치 해바라기가 꽃밭을 이불 삼아 누워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또한 관객이 그림을 감상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림 속의 꽃들은 계속해서 피고 있으며, 더 풍성해질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입맞춤>이란 작품에서도 똑같이 나타납니다.

네 작품 모두에서 볼 수 있듯이, 정사각형 구도를 사용함으로써 감상하는 관객으로 하여금, 화면 안에 자연의 일부를 옮겨 놓은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합니다. 또한 사각의 구도 안에서 현실세계와 분리된 환상적인 느낌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우리 모두가 아름다운 정원에 누워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거나 그 꽃 밭 위에서 춤을 추는 듯한 꿈을 꾸게 만드는 힘은 그 만의 독특한 상상력이 주는 선물입니다.

글 : 2005 Oh my News

아름다운 이웃은 참마음 참이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