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극 속의 아이들 뒤로 '살인개발 중단하라'는 현수막이 보인다.
"뭐, 뭐라구? 유치장에 마을 사람들은 없고, 빗자루만 10자루가 있다고? 야! 그게 무슨 말이야? 어제 분명 데모하던 놈들 다 잡아갔잖아! 알았어. 일단 끊어! 뭐? 아파트 공사장에 철근이 다 휘어버렸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엉? 알았어. 기다려! 이게 도대체 뭔 일이냐고. 도깨비 장난도 아니고 말이야. 에이씨!"
지난 9월 12일 용산참사현장 남일당에 기차길옆작은학교 인형극단 '칙칙폭폭'이 용산참사 현장을 찾았다.
'칙칙폭폭'은 1993년부터 기차길옆작은학교에서 교사들과 아이들이 함께 극단을 만들어 인형극을 시작했다. 올해 봄부터 아이들이 용산에서 공연을 올리고 싶어했다고 한다.
인형극의 주인공은 아파트 개발 때문에 살던 곳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아이들과 도깨비들이다. 아이들과 친해진 도깨비는 아파트 개발을 추진하는 조탐육 사장을 놀래켜 개발을 포기하도록 한다. 조사장은 도깨비 장난으로 철근이 휘고, 도깨비가 온 동네에 똥을 지르고 다녀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급기야 마을을 걸고 도깨비와 조사장이 씨름을 벌인다. 매번 도깨비에게 지기만 해도 조사장은 포기할 줄을 모른다. 매일 밤마다 반복되는 씨름이 석 달이 지나도 끝나지 않는다. 아이들은 도깨비를 응원하기 위해 북춤을 춘다.
조 사장은 "남의 땅에 허락도 없이 비닐하우스를 치고, 화초를 키워?"라며 화초를 발로 차버린다. "너희 부모들은 새벽바람부터 부지런을 떨어도 어째 가난에서 벗어나질 못하니?"라며 아이들을 조롱하기도 한다. 용산참사현장에서 아이들의 손과 목소리로 올려진 인형극은 웃음 속에 아픔의 현실이 묻어 있다. 100여 명의 관객은 비록 현실로 일어날 수는 없지만 도깨비들이 온 동네에 똥을 싸지르고 조사장의 집을 옮겨버리는 장난을 칠 때마다 속이 시원한 듯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