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의 낙엽은 그대론데 / 배따라기
오늘 PD 추천 곡은 배따라기의 <창밖의 낙엽은 그대론데>입니다.
배따라기는 이혜민, 양현정으로 이루어진 남성듀오 배따라기 1기와 이혜민, 양현경으로 구성된 남녀혼성 배따라기 2기로 나눌 수가 있죠? 들으시는 분에 따라, 남성듀오가 좋다, 아니다 혼성이 낫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오늘 소개해 드리는 ‘창밖의 낙엽은 그대론데’ 이 곡은 이혜민, 양현경 - 배따라기 2기의 노래로 준비했습니다.
이 곡의 분위기는 배따라기의 다른 히트곡들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비와 찻잔사이’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은지’ ‘아빠와 크레파스’ 그 외에도 많은 곡들이 있지만 배따라기 특유의 뭐랄까…… 시적인 요소가 가미된 가사와 정제된 반주, 또 단순하게 반복되는 멜로디로 누구나 따라 부르기 쉬운 이지 리스닝을 지향하고 있다고 봅니다.
말이 나온 김에, 제가 앞에 시적인 요소가 가미된 가사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언젠가 어느 책자에서 산울림의 김창완 씨가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추천한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김소월 님의 <맘 켕기는 날>이란 시였는데, 시의 내용이 이렇습니다. “오실 날 아니 오시는 사람 오시는 것 같게도 맘 켕기는 날 어느덧 해도 지고 날이 저무네” 시문이 무척 짧지요? 여기서 핵심이 ‘오실 날 아니 오시는 사람 오시는 것 같게도 맘 켕기는 날’ 이 부분인데, 연상을 해보면 이런 장면이 떠오릅니다. 헤어진 연인이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나자’ 이런 약속을 했고, 한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거죠. 시간이 많이 흐르고, 이제 그 사람이 오지 않을 거란 생각을 굳혔지만 자리를 뜰 수가 없는 겁니다. 왜냐? 마음 한 구석에선 그 사람이 꼭 올 거란 어떤 믿음이랄까, 아니면 미련이 남아서 마음이 켕기니까요. 그렇게 시간은 흘러 흘러 날이 저물 때까지 마냥 기다립니다.
자, 이제 노래로 다시 들어가 볼까요? 오늘 소개해드리는 <창밖의 낙엽은 그대론데> 이 곡의 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창밖의 낙엽은 아직도 그대론데 오실 날 안 오시는 내 님 손끝에 떨리는 찻잔은 따스해 그대 떠난 겨울처럼 아련히 느껴져” ‘오실 날 안 오시는 내 님’ 이 부분이라든지, 곡의 전체적인 정서 역시 김소월 님의 시 <맘 켕기는 날>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스한 차를 한잔 앞에 놓고 오지 않을 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안타까운 마음……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보셨을 사랑의 아픔이 아닐까 싶은데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맘 켕기는 날>처럼 그 사람이 올 거란 믿음과 오지 않는다는 현실이 마음 속에서 팽팽하게 대립하는, 말 그대로 마음이 켕기는 느낌을 조금 더 살렸으면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유독 비와 차 한잔, 가을과 낙엽, 그리고 이별을 노래했던 배따라기의 노래 가운데 부드러운 이혜민 씨의 음성과 약간은 몽환적인 양현경 씨의 목소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노래. 그리고 김소월 님의 시 <맘 켕기는 날>과 시적 정서가 일치하는 곡. 배따라기의 <창밖의 낙엽은 그대론데> 이 곡을 첫눈을 기다려봄직한 절기상 소설인 오늘, PD 추천 곡으로 소개해 드립니다.
글/ 강민구 PD (2004.11.22.월)
글 출처 : WBS 원음방송 - 노래하나 추억둘 민구피디(immingoo@kore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