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100대 명반

앨범: 푸른 돛 - 시인과 촌장 2집 (1986 SRB 서라벌 레코드) 14위

리차드 강 2013. 6. 9. 15:12

푸른 돛

푸른 돛: 시인과 촌장 2집 (SRB 1986)

시인과 촌장 2기 Siinkwa Chonjang (1985 - )

1. 푸른 돛 - Track 전곡 연주

 

시인과촌장 2집: 푸른 돛

아티스트: 시인과촌장 2기 : 1985년
아티스트 라인업: 하덕규 - 보컬, 함춘호 - 기타
음반 이름: 시인과 촌장: 푸른 돛
음반 구분: 정규, studio - 2집
발매 일자: 1986-07-15 / 대한민국
장르/스타일: 포크, 팝, 싱어송라이터, 팝 락, 포크 팝
Album Releases: 1986.07.15 SRB

Credits
기획: 김영
레코딩 스튜디오: 한국음반 스튜디오

 

 

시인과 촌장 2집: 푸른돛/사랑일기 (1986 SRB 서라벌 레코드)

Side A
1. 푸른 돛
2. 비둘기에게
3. 고양이
4. 진달래
5. 얼음무지개

Side B
1. 사랑일기
2. 떠나가지마 비둘기
3. 매
4. 풍경
5. 비둘기 안녕

(작사:하덕규 작곡:하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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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tion

"모두 억척스럽게도 살아왔어 / 솜처럼 지친 모습들 / 하지만 저 파도는 저리도 높으니 / 아무래도 친구, 푸른 돛을 올려야 할까봐."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이 80년대 중반의 새로운 질풍노도의 역동적인 선동이었다면, 내성적인 두 청년으로 이뤄진 ’시인(市人)과 촌장(村長)’이 제시한 앨범 <푸른 돛/사랑일기>는 머릿곡 <푸른 돛>이 은유하듯이 이 도도한 흐름의 아기자기한 내면 풍경이다. 그러나 그 내면 풍경은 새털 구름 같이 날렵하지만 팽팽하기 이를 데 없는 긴장감으로 응축돼 있다.

그 긴장의 음악적 주인공은 바로 기타를 맡고 있는 함춘호이다. <비둘기에게>와 <떠나가지마 비둘기>에서 몽환적으로 미끄러지는, 또는 <고양이>의 서주와 간주에서 보여주는 투명한 어쿠스틱 기타의 악절은 90년대에도 조동익 밴드의 일원이자 일급의 세션 기타리스트로 자리잡게 되는 그의 위치를 결정짓는 것이다.

함춘호와 짝을 이루는 싱어송라이터 하덕규는 1983년에 솔로 앨범을 내놓은 바 있지만 그의 시대를 맞기 위해선 조금 더 기다려야 했다. 그러는 중에도 그는 남궁옥분이 불러 알려진 <슬픈 재회>와 양희은의 80년대 걸작 <한계령>을 만듦으로써 허무주의적인 울림으로 가득한 또 하나의 스타일리스트로서의 재능을 알리기 시작했다.

진지한, 그러나 무겁지 않은 이 기타리스트와 싱어송라이터의 만남 뒤엔 나중에 ’조동진 패밀리’로 불리게 되는 음악가들의 숲이 있었다. 조동진은 이 앨범이 넘어서고자 하는 그림자를 눈에 보이지 않게 제공하는 은자였으며, 그의 동생인 베이시스트 조동익은 이들의 충실한 음악적 동료였다. 이들은 본능적인 연대와 신뢰를 바탕으로 거품 같은 시장의 논리로부터 자신의 음악적 태도를 보호했다.

그리고 이 ’비폭력적인 저항’의 태도는 자신의 음악 토대인 서구 대중음악의 문법을 토착화하는 음악적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비둘기’라는 화두가 전면에 깔린 이 비상한 앨범은 포크와 발라드, 록, 사이키델릭, 그리고 극히 부분적으로는 퓨전에 이르는 서구 대중음악의 자생적 토착화 과정을 진지하게 보여준다. 위태롭게 여겨질 정도로 섬세한 (그래서 80년대 후반에 이르면 기독교의 지평으로 날아가 버렸는지도 모르지만) 하덕규의 노래말 포착과 선율의 구성 감각은 함춘호와 그의 동료들에 의해 완벽하게 벼려진다.

특히 앞면의 <고양이>와 뒷면의 <매>는 이들이 도달한, 아니 이 시대의 싱어송라이터들이 도달한 가장 지순한 경지이다. 시인과 촌장은 ’아름다움’이 화장을 하고 거리로 나서는 풍속도 안에서 존재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찾아 폐허의 뒷골목을 걸어가는 음유시인의 뒷모습이다. 그리고 이들이 찾아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바로 뒷면의 <풍경>에서 가장 단조로운 선율과 화성으로 응답하듯이 "모든 것들이 제 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다.....

     

     

[대중음악 100대 명반]14위 시인과 촌장 '푸른 돛'

시인과 촌장의 두 번째 앨범 '푸른 돛'은 어른들을 위한 동요다. 고민과 그리움이 함께 하며 섬세한 파장을 만들어낸다. 1985년 발표된 들국화의 데뷔 앨범이 80년대 초반부터 발아했던 언더그라운드의 포효라면 1년 후 등장한 이 앨범은 언더그라운드의 성찰이자 번뇌다. 사회와 직접적으로 맞닿으며 부대끼던 그 이전의 모던 포크와는 달리, 맞닿되 피하지 못하는 괴로움을 이 앨범은 담고 있다.

80년대라는 시기 못지 않게, 하덕규의 성장기도 상처투성이였다. 초등학교 때 부모의 이혼을 경험했고 아버지의 사업실패를 겪었다. 고등학교 때는 여러 번 가출을 해서 고향인 설악산에 텐트를 치고 살았다. 미술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미대에 입학한 건 몇 번의 좌절을 겪은 후였다. 그런 과정에서 그가 그리워한 것은 고향인 동해바다였다. 그 곳에서 뛰어놀던 어린 시절은 그의 이상향이었다.

그는 미술 못지 않게 음악을 좋아했다. 중3때 손에 넣은 기타를 독학으로 익히고, 훗날 화실을 경영하며 틈틈이 작곡을 했다. 서영은의 단편 제목에서 따온 시인과 촌장을 결성하고 81년 첫 앨범을 냈다. 그러나 기획사의 횡포로 그의 본래 의도는 사라지고 상업적 결과만이 남았다. 하덕규는 음악산업계를 떠나려 했다. 현실에서 적응할 수 없어 예술로 피했지만 돈이 결부된 예술은 더 이상 그의 은신처가 아니었다. 설악산에 올라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 때 만든 노래가 양희은이 부른 '한계령'이다. 그 무렵 교류하던 김민기, 김창완, 전인권 등 새로운 음악을 모색하고 있던 뮤지션들과의 만남이 그에게 계속 음악을 하게 했다. 84년 함춘호를 만나며 다시 시인과 촌장을 시작했다. 다음해 컴필레이션 ‘우리 노래 전시회 1집’에 수록한 ‘비둘기에게’가 라디오를 중심으로 사랑 받으며 86년 ‘푸른 돛’을 냈다. 당시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의 산실이자, 유일한 해방구였던 동아기획을 통해서다. 모든 노래를 하덕규가 만들고 함춘호는 연주를 맡았다.

이 앨범을 낼 당시에도 하덕규는 행복하지 않았다. 줄담배를 피워대고 위스키를 마셔야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괴로움을, 하덕규는 직설적으로 내뱉지 않는다. 서정적 은유만으로, 노래한다. '푸른 돛', '고양이에게', '사랑일기', '진달래' 같은 동화 속 단어들의 제목은 그에 걸맞은 단어들로 이뤄진 가사와 함께 엮인다. 하덕규는 고해성사대에 선 소년처럼 파르라니 떨리는 목소리로 그 단아한 단어들을 노래한다. 스스로의 괴로움을 잊고자 애써 뽑아냈을 밝고 차분한 멜로디들은 함춘호의 기타 연주와 함께 서정성의 극치를 획득한다. 하지만 그 밑에 깔려 있는 건 괴로움이다. 가사의 행간에는 지금은 없는 희망에 대한 갈망이 숨어 있다.

그런 답답함은 결국 마지막 곡 '비둘기 안녕'에서 폭발하고야 만다. 노래의 중반부, 그는 그동안의 미성을 벗어던지고 일그러진 목소리로 "비둘기 안녕"이라 외친다. 비둘기는 이 앨범에서 가장 자주 희망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존재다. 결국 그는, 앨범의 화자는 희망을 찾는 데, 구원 받는 데 실패한 것이다. 함춘호도 빛나는 기타 솔로로 그런 울분에 힘을 더한다. 흔히 '푸른 돛'과 시인과 촌장은 80년대 서정주의 포크의 대표작이라고 평가 받는다. 그러나 이 앨범의 가치는 그런 단순한 문장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고양이'의 조바뀜 부분, '진달래'의 은근한 엘레지, 그리고 '비둘기 안녕'은 이 앨범을 은유와 억압과 해방의 서사로 자리매김하기 충분하다. 한 시대의 양지와 음지가 이 앨범에 묻어있다.

▶'시인과 촌장' 프로필

·결성 : 1981년

·구성원 : 하덕규(보컬)/함춘호(기타)

 

·주요활동

-1981년 1집 '시인과 촌장: 짝사랑/님타령' 발매

-1986년 2집 '시인과 촌장: 푸른돛/사랑일기' 발매

-1988년 3집 '숲'’ 발매

-1991년 베스트 음반 '1981-1991 Best' 발매

-1997년 베스트 음반 'Best' 발매

 


-2000년 4집 'The Bridges' 발매

-2001년 라이브 앨범 '12년 만의 만남(Live)' 발매

 

〈김작가|음악평론가/선정 기획|가슴네트워크〉

 


2007-10-11  ⓒ 경향신문 & 경향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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