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그 서정 소품집은 그리그의 삶과 음악 인생이 담긴 작품이라 평가받는 그리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이 작품은 10권으로 묶인 66곡의 피아노 소품곡들로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하나하나 완성됐으며 그리그의 젊은 시절부터 노년 시절까지 계속 만들어졌다. 그리그는 가곡을 많이 작곡하였지만 피아노 소곡들도 작품 수가 많고 피아노 연주도 뛰어나 낭만주의를 대표했던 쇼팽과 많이 비견되기도 하였다고 전해진다. 이번 시간에는 페르퀸트 모음곡과 피아노 협주곡 가단조 등으로 유명한 그리그 서정 소품집의 자장가와 노투르노를 들어보자.
그리그 서정 소품집 Lyrische Stücke (Lyric Pieces) 그리그는 피아노에 뛰어난 모친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와 가까이 지냈다. 그가 좋아하는 레퍼토리는 특히 쇼팽이었으며 소품 형식 속에 델리킷한 시정이 아로새겨진 작품에 마음이 끌렸다. 성장하여 작곡가가 되고부터는 많은 수의 피아노 작품을 썼지만, 구성감이 뛰어난 대곡은 협주곡과 소나타 1곡씩에 머물고 기타는 소품의 형태라든가, 변주곡의 형식을 응용한 것이 많다. 특히 그의 작곡 활동 기간의 거의 모두에 걸쳐 기회를 타고서 6곡 내지 8곡씩 한꺼번에 출판된 제 10집, 계 66곡의 <서정 소곡집>에 그리그의 서정이 풍부한 피아노 소품 작곡가로서의 면목이 마음껏 발휘되고 있다. 쇼팽에 경도한 그리그이긴 했지만 <서정 소곡집>에 그리그의 서정이 풍부한 피아노의 소품 작곡가로서의 면목이 마음껏 발휘되고 있다. <서정 소곡집>을 이룬 대부분의 소품은 쇼팽의 소곡과 같은 실내 정서적인 것이 아니고 자연계, 즉 유유한 산야와 해변의 풍물이나, 소박한 농민, 목동 생활의 반영 및 자연인 그 자신의 그때 그때의 심정을 토로한 것이다. 사교적인 타입인 쇼팽의 음악에 비해 그리그의 작품은 어디까지나 야인의 스케치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는 이렇게 해서 기회를 엿보아 쓴 소곡을 몇 곡씩 통합해서 하나의 작품 번호 속에 넣을 때 서로 유기적인 관련을 가지고 배열하는 데에는 배려를 하지 않았다. 즉 어느 시리이즈를 통해서나 연주되는 것이 전제가 되어 있지는 않다. 수시로 적당한 곡을 짜 맞춰서 연주하면 되는 것이다. <서정 소곡집>의 각 소품은 모두 제목이 붙어 있다. 타이틀에는 '왈츠'라든가 '스케르쪼'와 같은 곡의 형식이나 개념을 나타내는 것도 있는 한편, 온통 스케치의 제목과 같이 특정된 풍경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있다. 또한 민족적인 소재에서 취해진 타이틀(예컨대 '할링'이란 무곡)도 있고, 작곡가의 심리적인 생각(<지나간 나날>이라든가 <멜랑콜리>)과 같은 것도 있어 다양하다. 또한 각 곡의 타이틀은 본래 노르웨이어로 되어 있지만, 이탈리아어나 독일어에서 차용한 것을 사용하고 있는 것도 있다.
작곡의 시기 라이프치히 음악원에서 수업(1858-1862)을 끝내고 귀국하여 신진 기예의 피아니스트 및 작곡가로서 활약을 개시한 후 1864년에 '노르웨이의 선율'(현재 <서정 소곡집> 제 1집의 6곡)이 단독으로 출판되었다. 그러나 그 3년 후인 1867년에 이 곡을 합쳐서 쓴 7곡과 함께 <서정 소곡집> 제1집 작품12로서 출판하였다. 그 이후에 그는 피아노 협주곡이나 입센의 극 <페르 귄트>를 위한 음악의 작곡 등, 그에 덧붙여서 지휘자로서의 활동에 쫓기어 일기식의 <서정 소곡집> 제1집 작품12로서 출판하였다. '제1집'에서 무려 16년이 지난 1883년에야 가까스로 '제2집' 작품38이 8곡의 시리이즈로써 출판되었다. 그 후는 곧 이어서 그 다음해 1884년에 '제3집' 작품 43이 6곡을 모아서 완성되었으며, 후자의 출판은 1886년으로 이월되었다. 그 후 1888년에 '제4집' 작품47(7곡), 91년에 '제5집' 작품54(6곡), 93년에 '제6집' 작품57(6곡)로 이어졌고, 다시 95년에 '제7집' 작품62(6곡), 96년데 '제8집' 작품65(6곡), 98년에 '제9집(6곡)' 등, 모두 접근된 간격으로 묶여졌다. 이윽고 세기가 바뀐 1901년에 '제10집' 작품71이 7곡을 수록해서 완성된 후에는 그에게 결국 6년간의 여생이 있었지만 속편은 출현하지 않았다. 최후의 '제10집'의 마지막 2곡이 각각 '과거'와 '여운'이라는 타이틀이지만 이제 와서 생각하면 이 시리이즈의 종말을 가리키는 것 같아서 암시적이다. 총괄하면 전 10집, 66곡은 그가 21세에 해당되는 1864년부터 무려 37년간에 걸쳐 기회를 엿보아 흥미가 기울어지는 그대로 써서 엮어 온 음의 스케치 내지는 수상이다. 첫 연주의 기록은 판명되어 있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불명이다.
제1집 작품 12(전 8곡) '아리에타(Arietta)'는 제1곡으로 불과 2-3소절로 된 2부 형식의 짧은 곡이다. <무언가>적인 서법을 취하며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곡이며, '요정의 춤(Alfedans)'은 제4곡으로 표제와 같은 분위기를 나타내는 리듬과 작곡자 특유의 화성에 의해서 파퓰러한 특징을 나타낸다. 이 외에 제2곡 ' 왈츠', 제3곡 '야경의 노래(Vaegtersang)', 제5곡 '민요(Folkevise)', 제6곡 '노르웨이의 선율(Norsk)', 제7곡 '수첩의 페이지(Albumblad)', 제8곡 '조국의 노래(Faedrelandssang)'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2집 작품 38(전 8곡) Cradle Song Op 38 No.1 (Andrei Gavrilov, piano) 작품38의 제3곡은 표제가 '멜로디(Melodie)'라고 되어 있으나 특별히 두드러진 선율선을 표출하려고 의도한 것은 아니다. 아르페지오풍의 분산화음이 끊이지 않고 끼어드는데, 선율이 매우 아름답다. 제4곡 '할링(Halling)'은 노르웨이의 민속무곡이다. 오슬로와 베르겐 사이에 있는 할링달(Hallingdal)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고 하는데, 음악적으로는 스코틀랜드 고지대 사람들간에 전해지는 '릴(reel)이라 불리는 경쾌한 무곡에서 파생한 듯하다. 리듬 자체에 특별함이 보이지는 않지만, 고음에서 하행하는 동기를 거듭해가면서 형성되는 주제가 확실히 독특하게 되어 있다. 제6곡 '엘레지(Elegie)'는 표제만큼 특별히 비극적인 정서가 나타나지는 않지만, 그리그가 즐겨 쓰는 3연부 리듬을 쓰고 있어서 약간 애수적인 데가 있다. 이 외에도 자장가(제1곡), 민요(제2곡), 도약무곡(제5곡), 왈츠(제7곡), 카논(제8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3집 작품 43(전 6곡) 제1곡 '나비들(Sommerfugl)'은 묘사풍의 곡으로 끊임없이 율동하는 멜로디는 춤추는 나비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그런 묘사적 필치 속에 매우 우아한 마음이 깃들어 있다. 제2곡은 '고독한 방랑인'이라는 표제의 느낌을 너무도 잘 나타내는 선율이 합창처럼 나타나며 듣는 이의 심금을 울려주는 곡이다. 제4곡 '작은 새' 역시 묘사풍으로 32분음표 음형이 참새의 지저귐을 나타내는 듯 한데, 생생한 묘사가 아니면서도 그렇다고 상징적인 묘사도 아닌, 리얼한 묘사를 풍부한 서정성으로 환원시키는 기법을 엿볼 수 있다. 제5곡 '사랑의 시(Erotik)'는 색채감 풍부한 연애시곡으로 마무리되었는데, 선율 자체에 약간 향토적인 색채도 포함되어 있지만, 그것이 아르페지오를 사용한 화음적인 음향이나 후반에 사용되는 내성부에서의 화음을 연타해 가는 수식적인 움직임 등에 의해 향기가 드높은 서정성으로 변해간다. 19C 후반에 나타난 살롱음악풍 서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술성을 잃지 않은 곡이다. 제6곡 '봄에 붙여(Til Foraret)'는 기다리고 있던 북유럽의 봄의 도래로 인한 감격과 동경의 음율이 넘쳐 흐를 듯한 주옥의 명곡으로 중간부에 약간 어두운 부분이 삽입된다. 이 외에 '고독한 방랑자(제2곡)', '고향에서(제3곡)', '작은 새(제4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4집 작품 47(전 7곡) 2소절만의 리듬 전주 후에 상성부에 달콤한 서정성을 나타내는 선율로 시작되는 제1곡 '즉흥적인 왈츠(Valse-impromptu)'를 비롯해서 '수첩의 페이지(제2곡)', '멜로디(제3곡)', '할링(제4곡)', '멜랑콜리(제5곡)', '도약무곡(제6곡)', '비가(제7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5집 작품 54(전 6곡) 제2곡은 '노르웨이 농민의 행진곡(Ganger)'이란 표제로 행진곡이지만, 민속적인 색채가 풍부한 무도곡을 연상시키는 오케스트라적인 분위기를 주는 곡이다. 제3곡 '난쟁이의 행진(Troldtog)'은 트롤, 즉 노르웨이의 요정의 행진을 상기시키는 경쾌하고도 묘한 분위기의 흥겨운 행진곡으로 중간부에는 정경적인 음악이 삽입된다. 이 외에 '양치는 소년(제1곡, Gjetergut)', '녹턴(제4곡)', '스케르초(제5곡)', '종소리(제6곡, Klokkeklang)'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그(Grieg)의 "노투르노(notturno)" 그의 작품 중 <서정 소곡집 'Lyriske stykker(Lyric Pieces)'>이 모두 10개가 있는데, 이 곡은 그 중 제5집 Op.54에 들어있는 6곡의 음악 중 제4곡으로 "노투르노(notturno)"는 바로 우리가 잘 아는 '녹턴(야상곡 nocturne)'의 이탈리아식 표현이다. 녹턴(nocturne)은 낭만파시대에 주로 피아노를 위하여 작곡된 소곡을 말하지요. "노투르노(notturno)"는 18세기의 세레나데(serenade)와 같은 뜻으로도 쓰인다고 한다. 녹턴을 맨 먼저 작곡한 사람은 아일랜드의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인 J.필드로 알려져 있다. 그의 20곡에 가까운 녹턴은 쇼팽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고, 쇼팽에 의해서 정교하고 세련된 피아노소품으로 그 형식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그리그(Grieg)의 "노투르노(notturno)"를 통해서 그의 녹턴은 얼마나 독특하고 어떻게 아름다운지를 비교 감상해 보면 좋겠다.
제6집 작품 57(전 6곡) 제6곡 '향수(Hjemve)'는 차분한 곡조로서 개시부의 E, Fb, G의 세 음은 이 곡을 작곡할 때 체제하고 있던 요툰헤임(할링달 북쪽의 산협지대)에서 양치기의 피리소리를 본딴 것이라 한다. 중간부에는 그와 같은 주장조로 템포가 빠르고 경쾌한 악구가 연주된다. 경쾌하고 즐거운 왈츠로 가벼운 춤동작을 암시해 주는 제5곡 '그녀는 춤춘다(Hun danser)' 외에 '지나간 나날(제1곡, Svundne Dage)', '가데(제2곡 , Gade; 덴마아크의 대 작곡가)', '환영(제3곡, Illusion)', '비밀(제4곡)'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향수 서정소곡집 제6집 작품57- 제6곡 안단테 e단조 3/4박자. 절실한 느낌의 곡조로, 개시부의 E, F#, G의 3음은 이들의 곡을 작곡하고 있던 무렵에 체재중이던 요툰헤임(할링달의 더욱 북쪽에 있는 산의 협곡 지대)에서 산양의 피리 소리에서 취해졌다고 한다. 중간부에는 같은 으뜸을 장조로 템포가 빠르고 경쾌한 음악이 연주된다.
제7집 작품 62(전 6곡) 제1곡 '바람의 정(Sylphe)'을 비롯해 '감사(제2곡, Tak)', '프랑스의 세레나데(제3곡, Fransk Serenade)', '개울(제4곡, Baekken)', '환상(제5곡)', '집으로 가는 길(제6곡, Hjemad)'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8집 작품 65(전 6곡) 3부 형식의 제1곡 '청춘의 나날들에서(Fra Ungdomsdagene)'는 젊은 날의 추억을 되새기는 듯하다. 달콤한 감상을 나타내는 주제로 부정 리듬의 동기를 써서 발랄한 젊음을 묘사하고 있으며, 이 외에 '농부의 노래(제2곡, Bondens sang)', '멜랑콜리(제3곡)', '살롱(제4곡)', '발라드 풍으로(제5곡)', '트롤드하우겐의 혼례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제6곡인 '트롤드하우겐의 혼례일(Bryllupsdag pa Troldhaugen)'은 가장 잘 알려지고 있는 곡 중의 하나이다. 곡의 규모도 크고, 변화도 다양함을 보이고 있다. 템포 디 마르치아(Tempo di marcia)라는 지시와 같이 행진곡풍 리듬만의 전주 다음에 주제가 들리기 시작한다. 혼례식에 모여든 사람들을 묘사한 것으로 격렬하게 움직이는 프레이즈를 부가하며 싱코페이션에 의한 조용한 선율을 들려준다. 찬송가풍인 서법을 보이고 오르간적인 '오르겔풍크트'도 모습을 보인다. 이윽고 템포가 처음으로 돌아가서 주부가 재현되고 혼례식에 모인 사람들이 삼삼오오 어울려서 돌아가듯이 조용하게 끝맺음을 한다.
제9집 작품 68(전 6곡) At the Cradle Op 68 No.5 (Andrei Gavrilov, piano) 제1곡 '선원의 노래(Matrosernes Opsang)'라는 표제로 시작되는데, 슈만의 '어린이를 위한 앨범'에도 동명의 곡이 있다. 슈만과 같은 낭만파 작곡가 작품에서 그 모범을 구한 듯한 느낌이 드는데 활발하고 밝은 주제가 행진곡풍으로 처리된다. 드물게 애정표현을 주제로 한 제3곡 '당신 곁에(For dine Foedder)'는 밝은 음색의 반주음형 외에 사랑의 고백처럼 자주 더듬거리는 선율이 흐른다. 제4곡 '산 속의 황혼'은 첫 소절은 서주로 B음을 지속하면서 그 아래에 차츰 하행하는 음렬 모두에 짧은 전타음을 붙여 황혼 분위기를 표현한다. 이어서 38소절로 된 단성 선율이 오른손만으로 연주된다. 아마도 목동의 피리소리를 묘사한 것으로 보이며, 이어서 그 선율이 이번에는 화성을 동반하여 다시 한 번 반복된 후 짧은 코다가 이어진다. 제6곡 '우울한 왈츠'는 19세기 후반에 낭만파 작곡가가 즐겨 쓴 일종의 유행적 왈츠 형식이며, 이 외에 '할머니의 미뉴엣(제2곡)', '요람의 노래(제5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Book 9, Op.68 (제54곡~제59곡 전6곡)(1898) 54. 선원의 노래 Matrosenlied 55. 할머니의 메뉴엣 Grossmutters Menuett 56. 그대 곁에서 Zu deinen Fu"ssen 57. 산의 황혼 Abend in Hochgebirge 58. 요람의 노래 An der Wiege 59. 우울한 왈츠 Valse melancolique
제10집 작품 71(전 7곡) 제1곡은 '옛날 옛적에(Der var engang)'라는 표제대로 이야기가 있는 내용을 스웨덴 민요 선율과 노르웨이 봄의 춤 선율을 써서 표현된다. 쓸쓸한 감정이 넘쳐흐르며 뒤에는 밝은 음조를 나타낸다. 제3곡 '작은 요정'의 요정(Puck)이란 사람을 위해서 봉사하지만 모욕을 받았을 때는 음흉하게 복수한다고 전해지는 민담을 주제로 한 곡이다. 동화에 나오는 그들의 움직임을 상상해 보면 이해가 쉽다. 짧지만 괘 충실하고 좋은 곡으로, 북국의 시원한 여름날 저녁을 묘사해주는 제2곡 '여름 저녁(Sommeraften)', 제4곡은 '숲의 적막(Skovstilhed)'이란 표제처럼 숲속의 정경을 나타내면 2개의 화음 뒤에 조용하고 침착한 선율이 뒤따른다. 마치 숲속을 걷고 있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와 같기도 한 동일 주제가 조를 바꾸어 반복되는 서법이다. 3부 형식에 의한 왈츠곡인 '여운(제7곡, Efterklang)'은 다소의 비인 왈츠 풍을 띠고 있다. '아리에타' 선율에 근거를 둔 것이어서 '여운'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 외에 '할링(제5곡)', '과거(제6곡, Forbi)' 로 구성되어 있다. [세광 최신명곡해설전집 v.17 인용]
그리그, 서정 소품집 그리그는 민속학적인 취향이 강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서 19세기 유럽에서 부흥한 국민악파 작곡가 계열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오케스트라 작품들에서 노르웨이의 민속적인 선율과 신화적인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했는데, 특히 자신이 잘 다루었던 악기인 피아노를 위한 많은 작품들에서 민속음악에 대한 인상주의적인 접근 방식과 낭만주의적인 표현력을 배가시켜 보여주었다. 1869년작인 노르웨이의 춤과 노래 Op.17과 1870년부터 71년 사이에 작곡한 피아노 모음곡으로서 [산 위에서], [신부의 행진], [카니발의 장면들], 이렇게 세 곡으로 구성된 조국의 삶으로부터의 장면들, Op.19에서 노르웨이의 민속 무곡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특히 극대화된 피아니스틱한 효과와 상상력 풍부한 회화적인 성격, 고도의 비르투오시티 의 개성적인 결합을 통한 독자적인 음악어법을 발견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노르웨이의 민족주의 음악가 그리그
그리그의 삶이 담긴 소품집 “이 열 권의 서정 소품집은 삶의 밀접한 단면입니다”라고 그리그는 1901년 페터스 출판사의 편집장인 앙리 힌리쉔(Henri Hinrichsen)에게 보낸 편지에 적은 바 있다. 1867년부터 1901년 사이에 작곡, 출판된 10권으로 묶인 66개의 피아노 소품들, 즉 서정 소품집이라는 제목의 이 일련의 사이클은 멘델스존과 슈만, 쇼팽(일부 관점에 있어서)이 추구한 피아노 음악에 있어서의 시적, 함축적 전통을 훌륭하게 이은 낭만주의시대 피아노 소품집의 걸작으로 평가 받는다. 그러나 이들 전통의 관점에 있어서 그리그의 작품은 다른 작곡가들과는 달리 민속적인 요소를 적극 끌어들인 참신한 아이디어가 녹아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위치를 갖고 있다. 권당 여섯 곡에서 여덟 곡씩 배치되어 있는 이 서정 소품집을 그리그는 유독 젊은 시절부터 생의 마지막 시기에 이르기까지 꾸준하게 작곡해 나아갔다. 각각의 작곡 연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권 Op.12는 1867년, 2권 Op.38은 1883년, 3권 Op.43은 1886년, 4권 Op.47은 1887~88년, 5권 Op.54는 1891년, 6권 Op.57은 1893년, 7권 Op.62는 1895년, 8권 Op.65은 1896년, 9권 Op.68은 1898년, 마지막 10권 Op.71은 1901년에 작곡이 완성되었고 8권(1897년 출판)을 제외한 나머지 곡들은 작곡이 끝난 해에 바로 출판되었다. 부수음악과 관현악곡 작곡에 몰두했던 1870년대를 제외하고는 모든 시기에 걸쳐 작곡한 이 서정 소품집은 그의 타고난 천재성과 발전해 나간 음악어법, 전형적인 낭만주의자로서의 상상력을 담고 있는, 가히 한 작곡가의 음악 일기라고 말할 수 있는 연대기적 작품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1권 Op.12다. 그리그가 자신의 음악어법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한 초기 시절로서 대단히 순수한 형태(가감을 거의 하지 않은)의 민속적인 주제들이 풋풋하게 등장한다. 첫 곡인 [아리에타(Arietta)]를 예로 들면 멘델스존의 [무언가]의 정신과 가장 닮아있기도 하고 그리그의 독특한 낭만주의적 감수성이 가장 잘 드러나기도 한다. 당시 중부 유럽의 음악에 심취해 있던 그리그는 친구인 리카르드 노르드락(Rikard Nordraak)으로부터 북유럽의 민속음악의 다양성과 풍부함을 소개받았다. 당시 작곡가는 “눈앞에 안개가 끼며 갑자기 내가 가야 할 길을 깨닫게 되었다”라고 회상한 바 있다. 2곡인 [왈츠(Vals)]와 4곡인 [요정의 춤(Alfedans)] 또한 민속적인 단순함으로부터 낭만성을 증폭시킨 훌륭한 작품으로서 이 1권의 중요한 대목이다.
낭만주의 음악에 북유럽의 민속적인 느낌을 더한 것이 서정 소품집의 특징이다.
이후 15년 정도가 지난 뒤에서야 비로소 2권이 작곡되었다. 이 시기 그는 국민음악파로서 노르웨이의 희곡과 전설을 음악화하는 작업을 진행하며 작법의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원숙한 방법으로 음악화할 수 있는 방법을 체득했다. 이는 급진적이지는 않았지만 작은 형식에 제목에서 기인하는 함축적인 의미와 인상주의적인 도취적 효과를 만개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2권의 1곡인 [자장가(Bercuse)]와 [멜로디(Melodi)]는 전형적인 낭만주의자인 그리그의 본성과 민속적인 분위기가 풍부해진 화성법과 발전된 음악어법에 의해 새로운 감수성을 보여준 곡이다. 민속적 이디엄에 대한 그리그의 흡수력은 날로 발전해 나아가 3권에서 이르러 작곡가의 화성적 언어는 더욱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것으로 변화했다. 특히 [나비(Sommerfugl)]에서의 화려한 장식은 멘델스존을 능가하며 그 시적 환기는 슈만에 버금감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특히 1888년에 그리그는 로마에서 리스트를 만나 많은 예술적 자극을 받았고 바이로이트에서는 바그너의 [링]과 [파르지팔]을 듣고 커다란 영감을 받았으며 라이프찌히에서 차이코프스키를 만나 그의 우울함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다른 작곡가들로부터의 영향은 4권의 3곡인 [멜로디(Melodi)]의 반음계적인 특성과 어렴풋한 에올리언 선법에서 반영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5권에서는 대비적인 효과와 인상주의적인 색채가 더욱 강화되었다. [난쟁이의 행진곡(Trolltog)]은 유머러스함과 힘찬 리듬이 대비를 이루는 강력한 곡이고, [노투르노(Notturno)]는 밤에 대한 인상주의적인 터치와 감미로운 화성이 돋보인다. 1890년대 그리그는 열 권 가운데 다섯 권의 서정 소품집을 작곡하여 창작력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각 소품들의 제목도 직시적인 단어에서 수수께끼의 의미를 담은 듯한 단어를 선택하는 듯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18세기 쿠프랭이 자신의 클라브생 작품집에서 보여준 발전과정에 비견할 만하다. 6권의 두 번째 곡인 [가데(Gade)]는 그리그가 1860년대 코벤하겐에서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는 덴마크 작곡가인 닐 가데(Niels Gade, 1817~90)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일종의 음악적 초상화라고 말할 수 있고 3곡인 [환영(Illusjon)] 또한 특정하지 않은 대상에 대한 추상적 그림이라고 말할 수 있다. 7권의 [유령(Drømmesyn)]이나 [공기의 요정(Sylfide)] 또한 인상주의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으로서 대상 자체보다는 그 대상에 대한 인상이 피아노 건반을 통해 아로새겨진다. 8권과 9권은 노르웨이의 자연과 민속적인 요소들에 대한 인상이 그리그의 독자적인 음악어법으로 가장 개성적으로 환원된 서정 소품집의 명대목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그와 아내인 니나는 1880년대 중반 베르겐교외에 별장을 지었는데 1892년 그들의 은혼식을 여기서 맞이했다. 8권의 6곡인 [트롤드하우겐의 결혼식날(Bryllupsdag på Troldhaugen)]은 원래 원래 ‘독지가들이 오고 있다’라는 제목이었지만 은혼식 이후 음악의 제목을 현재와 같이 변경했다. 이 곡은 그리그의 서정 소품집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곡이자 그의 피아노 협주곡 다음으로 인기 높은 피아노 작품이다. 북적대는 손님들을 묘사한 웅장한 알라 마르치아(alla marcia)을 앞뒤로 그리그 부부를 상징하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가운데에 위치해 있어 흥미진진함을 고조시킨다. 9권의 2곡인 [할머니의 미뉴엣(Bestemors menuet)]이나 [요람의 노래(Bådnlåt)]도 빼놓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곡이다.
그리그가 활동하던 1890년대 베르겐의 모습. 자연과 어우러진 노르웨이의 아름다운 풍경이 돋보인다.
마지막 10권에서는 가장 발전한 그리그의 화성언어를 만날 수 있다. 2곡인 [여름의 저녁(Sommeraften)]이나 6곡 [가버림(Forbi)], 7곡 [회상(Etterklang)] 등등은 어딘지 우울함을 머금은 듯한 애처로움을 연상케 할 정도로 화성도 대범하고 표현도 깊이 있다. 특히 마지막 [회상]은 서정 소품집의 첫 곡인 [아리에타]의 주제 왈츠를 다시 사용한 만큼 이 작품을 시작할 젊은 날에 대한 아름다운 회상을 상징하는 동시에 30여 년에 걸쳐 작곡한 서정 소품집 사이클의 완벽한 수미일관을 보여준다. 한편 이러한 마무리는 더 이상 자신의 음악적 일기인 서정 소품집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작곡가의 심적 표현이기도 한데, 짧지 않은 자신의 삶이 곧 마감할 것임을 미리 예견한 것이 아닐까라는 미스터리한 추측(실제로 6년 뒤인 1907년에 서거할 때까지 작곡을 거의 하지 못했다)도 가능케 한다. 출처 : 네이버 오늘의 클래식
|
'클래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슈베르트: 음악에 붙여 An die Musik D. 547 - Mischa Maisky, cello | Autumn (0) | 2017.10.21 |
---|---|
슈베르트 : 음악에 붙여 | 가곡 아리아 (0) | 2017.10.21 |
슈베르트 야상곡 D.897 아다지오 - Beaux Arts Trio | 낭만파 전기 (0) | 2017.10.06 |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7번 D.850 - Emil Gilels, Piano (0) | 2017.10.02 |
Well-Being Classical Music 11 | 클래식 즐感 (0) | 2017.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