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마단조-1악장 - Various Artist | 낭만파 전기

리차드 강 2017. 11. 10. 18:09

Violin Concerto OP.64 in E minor

1st Mov. Allegro molto appassionato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마단조 Op.64

Felix Mendelssohn 1809-1847

전악장 연속연주

 

Sarah Jang vs Maxim Vengerov and Anne Sophie Mutter

     

서주부터 부드럽고도 우아한 곡선같이 바이올린이 연주되면서 화려한 선율에 의한 순수한 아름다움과 발랄한 정서가 가미되어 그윽한 향기를 내뿜습니다. 이 곡이 최고의 명곡으로 인정 받는 이유가 바로 1악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작곡 당시의 멘델스존의 악상 표시에는 정열적인 연주로 요구되어 있었다고 하는데요, 현재는 우리들이 익히 감상하고 있는 대로 실제로는 우아한 분위기로 연주되고 있기도 합니다.

현악기의 화음을 타고 먼저 제2소절부터 독주 바이올린이 제1주제인 일말의 우수가 감도는 멜로디를 연주합니다. 이에 이어서 독주악기가 화려한 기교를 과시하면 전 관현악이 다시 힘차게 제1주제를 노래합니다. 우아한 느낌의 제2주제는 오보에와 바이올린의 화음을 따라 목관악기(클라리넷과 플루우트)의 앙상블로 아주 여리게 이어집니다.

전개부에서는 주로 제 1주제가 활약하며, 멘델스존 자작의 카덴짜가 연주되는데, 이와같이 전개부와 재현부 사이에 카덴짜를 삽입한 것은 그 당시로서는 매우 희귀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카덴짜에 뒤따르는 재현부에서는 독주 바이올린이 아르페지오를 연주하는 동안 플루우트와 클라리넷의 선율을 타고 제1주제가 다시 나타납닌다. 이는 최약주(pp)에서 전 관현악의 최강주(ff)로 이어지고 이어 코다로 들어갑니다. 이 코다는 매우 긴데, 특히 여기에서는 독주 바이올린이 종횡무진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며 템포도 점점 빨라져서 정열적인 끝맺음을 하고 있습니다.

 

Kyung Hwa Chung

Montreal Symphony Orchestra

dir. Charles Dutoit

Maxim Vengerov

 

Kurt Masur, cond

레이블 : TELDEC

 

Sarah Jang

Berlin Philharmonic Orchestra

dir. Mariss Jansons

Anne Sophie Mutter

 

Berliner Philharmonic Orchestra

Herbert von Karajan : Conductor

 

Hilary Hahn

Oslo Philharmonic Orchestra

dir. Hugh Wolff

     

음악의 역사는 작곡가들의 역사이고, 그 역사의 명단은 대부분 천재들이 차지하고 있다. 멘델스존은 그 천재들 중에서 제일 행복한 천재였던 것 같다. 천재들이 보통 어렵게 산 것에 비하면, 멘델스존은 부잣집에서 태어나서 자신의 재능을 다 뽐내고, 인정 받고, 이쁜 부인과 다섯이나 되는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던 보기 드문 천재 였다. 그래서 그런지 자신의 천재성을 짜내고 짜내여 먹고 살 수 있었던모차르트나 슈베르트, 쇼팽 같은 전형적인 천재들 보다는 남겨 놓은 것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혹자는 멘델스존이 이 바이올린 협주곡 한 곡만 작곡하고 죽었더라도 음악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을 것이라고 말한다.

멘델스존이 6년전에 시작해서 이 바이올린 협주곡을 완성했던 1844년, 그는 그 당시 음악계의 정상의 위치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서른 다섯의 나이에 라이프치히 음악원의 설립자이자 원장으로서의 바쁜 음악계 활동을 잠시 접어두고 프랑크푸르트 근처의 조덴(Soden)이라는 온천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중, 이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했다.

이 바이올린 협주곡은 그의 작품 가운데서 가장 기품있고 독창적인 작품으로 여겨진다. 4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꼽히는 베토벤, 멘델스존, 브람스, 차이코프스키의 네 작품 가운데 다른 작품은 D단조인데 멘델스존의 것은 유일하게 E단조를 취하고 있다. 흔히 멘델스존을 바이올린 협주곡의 여왕이라 부르고, 베토벤의 곡을 왕이라 부른다. 여왕이라는 말이 꽤나 잘 어울리는데, 그것은 이 작품에 가득 차있는 낭만성과 부드럽고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 때문일 것이다. 귀에 쏙 들어오는 달콤하고, 꽃향기나는 1악장 처음 부분을 들어보라! 어느 계절에 그 음악을 듣든 우리는 곧바로 4월의 봄날로 직행하게 된다. 또 3악장에서 줄기찬 대화 사이에서 바이올린 줄을 손으로 튕기는 피치카토의 느낌 또한 멋지다.

구조적으로 보았을 때도 이 작품은 이전의 모차르트, 베토벤, 슈포어, 그리고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들과는 다른 독자적인 방향이 보인다. 비록 멘델스존의 작품이 고전적인 틀을 존중하고 있지만 확실히 독특한 시도가 여러 군데 보인다. 예를 들어, 곡의 처음 부분에 긴 오케스트라의 서주에 뒤이어 바이올린 독주가 이어지는 전형적인 방식과는 달리 이 곡은 단지 두박자만 기다리다가 바로 바이올린이 나오기 시작한다. 또한 협주곡에 포함시킨 카덴차도 기교 과시용이 아니라 협주곡의 구조를 통합하는 부분으로서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확실히 눈에 보이는 것은, 세 악장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인데, 1악장에서 2악장으로 갈 때는 바순이 한 곳에서 지속된 음표를 잡고 있고, 2악장에서 3악장으로 갈 때는 간결한 인터메초가 있다는 것이다.

이 아름다운 협주곡의 매력은 들으면 들으수록 다른 느낌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아름답다는 것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그리고 물론 다른 음악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들을 때의 내 상태에 따라 느낌이 전혀 달라진다. 화창한 봄날에 독주자와 오케스트라가 한 마디씩 주고 받으면 대화하는 듣기 좋은 분위기는 건강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내 감정의 농도가 좀 진해질 때면, 예를 들어, 무언가 실망할 일이 생겼다든지, 아니면 맥주 두 잔 마신 덕분에 누군가가 보고 싶어질 때라든지, 피곤함과 스트레스에 지친 몸을 질질 끌고 기숙사 침대에 누웠다든지 할 때 느낌은 사뭇 다르다. 그 아름다움에 대한 질투 때문일까, 아니면 아름다움 그 자체의 퇴폐성이 있기 때문일까. 특히 2,3악장 사이의 인터메초 첫부분에서 그렇다.

어쨌든 이 바이올린 협주곡의 퀸카와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이다. 곡이 그리 길지도 않을 뿐더러, 하나 지루할 것도 없다. 꽃향기와 달콤함에 더하여, 멘델스존의 이 협주곡에서 '퀸카' 생각이 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많은 명연주가 여성 바이올리니스트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하이페츠나 밀스타인의 명연주도 있지만, 정경화나 안네-조피 무터나 힐러리 한의 연주가 이 곡과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얼굴도 예쁜 이 천재 연주자들의 연주가 멘델스존의 '이브'다움을 잘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무시무시한 여왕님보다 젊고 아리따운 공주같은 여왕을 원한다면, 하이페츠의 연주보다 힐러리 한의 연주가 좋을 듯 싶다. 역시 완벽한 테크닉에 당돌하고 분명한 연주를 보여주는 힐러리 한을 선택한다면 후회는 없을 것이다. 투명한 얼음처럼 맑은 톤과 야무지고 단단한 음표들, 어려운 부분에서도 밀리거나 늦추지 않는 적극적이고 시원한 태도가 앨범 재킷 사진과 잘 어울린다. 최영훈씀

     

◈ 카덴짜(cadenza) ◈

원래는 카덴짜 디 브라부라(cadenza di bravura), 카덴짜 피오리투라(cadenza ioritura)가 줄어든 것이다. 악곡의 끝 앞에 삽입되는 연주하기가 매우 곤란하고 자유로운 무반주의 부분을 가리킨다. 기악곡에서는 콘체르토의 제1악장 밑 끝악장에 두어지며 독창곡에서는 콜로라 투라의 아리아에 두어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클래식에 쓰이는 이탈리아어로 록에서 애드 리브나, 재즈에서 임프로비제이션에 해당하는 말로 '즉흥연주'를 뜻한다.

클래식에서는 보통 즉흥 연주를 하면 건방지다거나 무식하다고 치부되지만, 아주 예외적으로 곡의 끝 부분 같은 데에 연주자 맘대로 연주할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그 부분을 카덴짜라고 한다.

협주곡에는 '카덴짜(cadenza)' 부분이 삽입된다. 카덴짜란 협주곡 각 악장 끝 부분에서 관현악은 멈추고 독주악기가 혼자 가장 화려한 기교를 과시하는 부분이다.

원래는 독주자가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부분이었다. 앞에서 연주 되어온 제1주제, 제2주제를 장식도 화려하게 고난도로 멋지게 변주하는 것이다.

작곡가도 그 부분을 여백으로 남겨 독주자에게 일임하는 형식을 취했다. 후에는 카덴짜 부분까지도 작곡가가 직접 작곡하는 협주곡도 더러 생겼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그 좋은 보기가 되겠다. 또, 카덴짜를 악장 머리에 놓고 작곡가가 직접 작곡하는 경우도 있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5번(일명 황제)>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작곡가가 독주자에게 일임해 공백으로 남겨두는 카덴짜를 '자유카덴짜'라고 한다. 지금은 대부분의 독주자들이 과거 유명한 연주가들이 작곡한 카덴짜를 차용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있다. 예를 들면 정경화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악장에서 금세기 전반부의 거장 크라이슬러가 작곡한 카덴짜를 쓴다. 워낙 잘된 카덴짜인 까닭에 다른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들도 많이 애용한다.

독주자가 다른 똑같은 협주곡 디스크를 몇 장 가지고 있는 사람이 카덴짜 부분에 와서 서로 틀리기 때문에 갸우뚱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자유 카덴짜에 대한 상식이 없는데서 비롯되는 의문이라고 하겠다. 동일 협주곡에서는 카덴짜를 비교해 보는 재미 또한 괜찮다.

멘델스존은 낭만주의 작곡가답게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했다. 우선 카덴짜도 자신이 직접 작곡했다(따라서 누가 연주하는 디스크를 들어도 똑같다). 또 주제 제시가 관현악으로만 연주되지 않고 곡이 시작하자마자 약 2초 후에 벌써 독주 바이올린도 시작된다. 3개의 악장을 인터벌 없이 계속 연주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아름다운 이웃은 참마음 참이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