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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의 진수를 보여드립니다.│가을이란 참...

리차드 강 2009. 6. 25. 00:47
단풍의 진수를 보여드립니다.
오마이 뉴스 : 윤태(poem7600) 기자
가을이 저물고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마지막 가을의 흔적이 여기저기에서 흩날리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특히 일요일은 비도 오고 쌀쌀해서 마지막 단풍놀이를 계획했던 분들은 많이 실망하셨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지난 일요일 은행나무 낙엽으로 유명한 성남 희망대 공원에 다녀왔습니다. 쌀쌀한 날씨 탓에 가족끼리 놀러갈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은행나무 단풍이 어느 정도인지 보고 싶어서였습니다.
예상대로 공원은 은행나무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아쉽게 단풍놀이 못 다녀오신 분 계시다면 사진으로나마 함께 즐겼으면 하는 작은 바람입니다.
     
▲ 일부러 뿌려놓은 게 아닙니다. ⓒ2005 윤태
     
▲ 가을 속 연인의 대화는 사랑스럽습니다. 낭만의 극치입니다. ⓒ2005 윤태
     
▲ 학생들도 은행나무 낙엽속에 앉아 가을을 즐기고 있습니다. ⓒ2005 윤태
     
▲ '가을동화'를 찍어도 손색이 없는 낙엽 숲. ⓒ2005 윤태
     
▲ 사랑하는 이와 각각 벤치에 앉아 가을을 속삭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2005 윤태
     
▲ 아이들은 낙엽이 떨어진 길을 걸으며 좋아라 합니다. ⓒ2005 윤태
     
▲ 공원 공중화장실 앞에 서 있는 은행나무가 가을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2005 윤태
     
▲ 눈이 아플 정도로 빨간색 단풍을 자아내는 가을 나무. ⓒ2005 윤태
     
▲ 한웅큼 집어 뿌리면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2005 윤태
     
▲ 자동차 위에도 여지없이 가을은 내려앉고... ⓒ2005 윤태
     
눈에 카메라를 달고 싶다.
     
▲ 선운사로 들어가는 길, 시작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2005 이화영
     
대학에 들어가 사진을 접하면서 한참동안을 하늘만 보고 다닌 기억이 있습니다. 바람이, 구름이, 태양이 만들어내는 소꿉놀이를 보며 안타까워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손안에 카메라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아쉬운 생각에 구상한 것이 눈에 달고 다닐 수 있는 카메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간단한 조작으로 눈을 깜박이면 사진이 찍히는 장비. 개발하면 대박이겠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찾은 여행지에서 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눈에 카메라가 달렸으면'하는 옛 기억을 되살렸습니다.
     
▲ 선운사 담에 난 구멍으로 단풍잎들이 줄지어 들어가고 있습니다. 월담을 하는 녀석들도 눈에 띕니다. 큰 구경거리라도 있나 봅니다. ⓒ2005 이화영
     
선운사 입구에서부터 단풍잔치는 예견됐습니다. 길 양 옆으로 늘어선 가로수들은 붉고 노란색으로 채색되어 있었고 본격적으로 단풍나무가 자리하고 있는 곳의 단풍은 시간의 무게에 검붉게 타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녀석들이 모여 있다 보니 주위는 불바다를 연상케 하기도 합니다.
다음 일정 탓에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몸은 하나고 눈에 달 수 있는 카메라 생각이 간절하더군요. 하나라도 놓치기 싫어 뛰어다니며 사진작업을 했습니다.
     
▲ 징검다리를 건너는 가족. 우리 집은 이런 곳은 될 수 있으면 피합니다. 아이가 셋 이거든요. ⓒ2005 이화영
     
▲ 단풍잎을 연상케하는 문양의 의상을 입으신 할머니. "의상이 참 예쁘세요, 할머니." "며느리가 사준 거야. ⓒ2005 이화영
     
▲ 계곡물에 단풍잎을 띄우며 놀고있는 남매, 예쁘네요. ⓒ2005 이화영
     
우리가 선운사를 찾았던 날 사진가협회에서 주관하는 출사가 있었나 봅니다. 사진가들의 작업광경도 볼거리를 더 했고, 저마다 가을 사냥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날 그 사진가들이 참으로 부러웠습니다. 넉넉한 시간으로 한 가지에 몰입해 작업을 하는 것도 그랬지만 호사스런 장비 또한 내 눈을 잡아끌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똑딱이' 카메라와는 비교도 안 되는 장비들이 사진가들 손에 들여 있더군요.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저 사람의 앵글에는 이런 영상이 담기겠지 주제는, 색감은, 노출은, 조리개는 등등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촬영하고 있는데 친구처럼 보이는 할머니 두 분이 서로 찍어주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찍히는 분이 카메라 주인인 것 같습니다.
     
▲ 물위로 떨어진 단풍잎과 낙엽님이 뒤엉켜 있습니다. 이분들도 아직 싱싱한 젊음을 자랑하는 요녀석이 부러울까요. ⓒ2005 이화영
     
▲ 어찌된 일일까요. 그렇습니다. 물 위에 비친 모습이 더 예쁘기에 사진을 뒤집어 버렸습니다. 이해해 주실거죠. ⓒ2005 이화영
     
▲ 드라마 '대장금'에서 남자 주인공인 민정호가 장금에게 사랑을 고백한 녹차밭. 여기에 민정호와 장금을 닮은 한 쌍이 있네요. ⓒ2005 이화영
     
"단추 큰 놈 있지? 그걸 꾹 눌러. 너무 씨게 눌르면 흔들려"(사진을 아는 분이다)
"몸을 다 나오게 해. 그냥 웃통만 찍어."(이 분은 더 고수다)
"오늘 의상이 되니까 다 나오게 해."(사진뿐 아니라 코디를 아는 분이다)
"그려 찍는다 하나 둘 셋, 이거 왜 이랴."(그 장비에 익숙지 않은 분이다)
순간 스르르 렌즈 들어가는 소리가 납니다. 셔터가 아니라 종료버튼을 누르셨습니다.
"옆에 젊은 사람한테 찍어달라고 해."(진짜 사람 볼 줄 아는 분이다)
할머니께서 나에게 카메라를 넘기십니다.
"할머니 예쁘게 웃으세요. 헬레레~ 단풍보다 더 예쁘게 찍히셨어요."(기분 맞출 줄 아는 놈이다)
"그래 수고했어. 고마워요."(예의가 밝으신 분이다)
외람되지만 두 분 참 귀여우셨습니다.
     
▲ 사진 촬영에 정성을 다하는 할머니, "할머니 그거 누르면 렌즈 들어가요" >ⓒ2005 이화영
     
마음도, 생각도, 다리도, 손가락도, 카메라도 바빴지만 아름다운 가을을 훔치는 순간만큼은 느긋했고 행복했습니다. 행복의 깊이가 더했던 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그들과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함께 했기에 선운사의 가을이 더 아름답게 다가왔던 건 아닐까 되뇝니다. 내가 받은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주며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단풍도 백제의 미소를 닮았다
용현계곡과 마애삼존불
     
▲ 불이문 앞은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었습니다. ⓒ2005 이경운
     
백제의 미소. 충남 서산시 운산면 용현계곡에 있는 국보 제84호 마애삼존불을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내가 학교 다닐 때도 그랬지만 항상 국사책의 한 면을 사진과 함께 장식하던 대표적인 백제시대의 문화재로 손꼽힌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마애삼존불을 보기 위해 찾아온다.
     
▲ 가을 속의 돌탑 ⓒ2005 이경운
     
▲ 사람은 변해가지만 백제의 미소는 1000년이 훨씬 지나도 변함이 없습니다. ⓒ2005 이경운
     
굳이 이곳을 가을에 보라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여름에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마애삼존불을 보러 가라고 권하고 싶지 않다. 어디든 아름다운 계곡을 낀 곳이면 비슷하지만, 계곡 인근 음식점들이 계곡에 임시로 자리를 만들어 놓고 술과 음식을 파는 모습에 조금은 실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Vivaldi Four Season 중 Autumn

비발디 사계 중 가을 1악장 알레그로

Antonio Lucio Vivaldi (1678 – 1741)

No.1 - Allegro (Fabio Biondi, violin)

 

     
옮겨온 놈의 변 : 이제 추위가 내 등을 집안으로 자꾸만 떠밀고 있는데 밖은 겨울의 차가움을 알리는 전초일까? 단풍이 마지막을 아름답게 태우는데...나의 인생도 마지막에는 저리 아름다울수 있을까?
조금더 길게 내려오는 것이지만 힘들어서 여기까지만 하고 말련다...지쳤다.
백수재에서 : 2005년 11월 21일
     

잘생긴 꾀꼬리 꽃미남 리차드강 어리버리 돈키호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