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베토벤의 음악 & 책을 읽어주는 여자 (La Lectrice 1988) - 미셀 드빌, director

리차드 강 2017. 11. 25. 08:15

La Lectrice (The Reader)

베토벤의 음악 & 책을 읽어주는 여자 (1988) : 미셀 드빌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Richard Goode Tempest 3. Allegretto

Piano Sonata for piano No.17 "Tempest" Op.31-2

   

피아노 소나타 '템페스트' 3악장은 책 읽어주는 여자 콩스탕스(혹은 마리-미우 미우)의 테마다. 가벼우면서도 투명한 느낌의 지적유희를 하고 있는 콩스탕스를 표현하고 있다.

   

'책을 읽어주는 여자'에서 '미셀 드빌' 감독은 베토벤의 곡들을 수시로 인용합니다. 극중에서 여주인공 마리(미우 미우)가 책을 읽어주는 다양한 고객들과의 에피소드 마다에 음악이 주어집니다.

예컨대 레닌을 읽어달라는 장군의 노미망인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소나타 '발트슈타인 Waldstein'을,

Maurizio Pollini, piano 1. Allegro con brio

Piano Sonata No. 21 in C major op. 53 "Waldstein"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1번 C장조 op.53 "발트슈타인 Waldstein"

 

성급한 중년남자에게 바이올린 소나타 '봄',

Anne-Sophie Mutter, Violin 1. Allegro

Violin Sonata in F major, op.24 "Spring"

바이올린 소나타 5번 F장조 Op.24 <봄>

 

사드를 읽어달라는 늙은 판사에는 '첼로 소나타 1번'

Jacqueline Du Pre 1. Adagio sostenuet

Cello Sonata No.1 in F Major Op.5-1

베토벤 첼로소나타 1번 F장조 Op.5-1

 

에릭과 콜레리에게 각각 '바이올린 소나타 8번'과 '클라리넷 트리오 4번'등이 쓰여집니다.

Martha Argerich - Gidon Kremer 3. Allegro

Violin Sonata No.8 in G Major Op.30-3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8번 사장조 Op.30-3

 

Tashi Ensemble 2. Adagio

Trio for piano, clarinet & cello in Bb op.11

베토벤 피아노, 클라리넷, 첼로를 위한 3중주곡 op.11

     

이 영화에서 미우 미우가 낭랑한 목소리로 책을 또박또박 읽어주는 프랑스어 대사들 또한 음악만큼 듣기에 좋습니다.

그녀는 책을 읽어줄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몸을 던져 애인 혹은 인생의 카운슬러같은 역할까지도 기꺼이 맡습니다.

실제로 한 사람의 인생에는 세월이 흘러가면서 그에게 책을 읽어주는 여자들(혹은 책을 읽어주는 남자들)이 아는 새 모르는 새 몇 명이고 스쳐 지나가는 것을 부인하지 못합니다. 책을 읽어주는 이들은 그에게 평생 한 사람이기도 하고 나이를 먹어가며 바뀌기도 합니다.

그래도 영원히 변치 않는 것으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책을 읽어주는 여자들이 아니라 그들이 읽어주는 문학이나 들려오는 음악소리의 아름다움 그 자체일 것 같습니다. 아름다움은 영원한 기쁨이지요.

내일엔 우리에게 또 누가 책을 읽어 줄지요? 이 아침에 흐르는 바다의 가슴 같은 발트슈타인 소나타는 지금처럼 앞으로도 영원히 굽이칠 텐데...

   

책 읽어주는 여자(La Lectrice) 프랑스 / 1994년

독특한 소재의 이 프랑스 영화에는 모두 베토벤의 곡이 쓰여지고 있어 이채롭다. 베토벤의 음악은 각 인물들의 테마로 사용된다. 피아노 소나타 '템페스트'3악장은 책 읽어주는 여자 콩스탕스(혹은 마리)의 테마다. 가벼우면서도 투명한 느낌의 지적유희를 하고 있는 콩스탕스를 표현하고 있다. 반신불수의 미소년 에릭은 바이올린 소나타 8번, 장군의 미망인은 피아노 소나타 '발트쉬타인', 욕구불만이 많으며 일 중독자인 사장은 바이올린 소나타'봄'등으로 상징된다.

<책 읽어 주는 여자(La Lectrice)>는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쉽사리 짐작할 수 없는 독특한 프랑스 영화다. 영화에 쓰인 모든 음악이 베토벤의 곡이라는 점도 자못 흥미롭다.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이 배어있는 베토벤의 음악이, 약간은 가벼운 터치의 이 영화를 단지 가벼운 이야기로 전락해 버리는 것을 막아주고 있다. 이 영화에 사용된 베토벤의 음악은 각 인물들의 테마로 사용되는데 곡의 선곡이나 쓰임새가 너무나도 적절하고 기발해서 명석하고 우아한 환희의 색채가 깃 드는 것 같다.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백일몽같은 환타지의 세계에 현실의 무거운 앙금이 달라붙는 것을 베토벤의 음악이 적절히 방지하고 있는 것이다.

책 읽어주기 좋아하는 꽁스땅스(미우 미우 분)는 호기심이 많은 아름다운 여성이다. 그녀가 <책을 읽어주는 여자>라는 소설을 연인에게 읽어 주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연인의 침대에서 주인공은 어느덧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 17번 작품 31의 2 '템페스트' 제 3악장이 이 꽁스땅스의 테마이다. 약간은 가벼우면서도 투명한 느낌의 지적유희를 하고 있는 꽁스땅스는 표현하고 있다(곡의 본질을 왜곡한 느낌이다). 이 매력적인 선율과 함께 꽁스땅스는 지면 위에 쓰여진 문자를 자신의 백일몽속에 그려낸다. 책 속의 주인공 마리(미우 미우)가 책을 읽어주는 일을 시작하고 마리는 여러 종류의 인간들(정상이라고는 할수 없는, 그러나 그렇게 비정상이라고도 할 수 없는 어쩌면 우리 자신일지도 모를)을 고객으로 만난다.

반신불수인데다 마더 컴플렉스를 가진 미소년 에릭(바이올린 소나타 8번 OP.30의 3), 자신이 100세라고 주장하는 장군의 미망인(피아노 소나타 21번 OP.53 '발트슈타인'), 욕구불만이며 일 중독자인 사장(바이올린 소나타 제 5번 Op.24 '봄'), 여섯살짜리 집 지키는 소녀 코라리(클라리넷 3중주곡 제4번 Op.11 '거리의 노래'), 노판사(첼로 소나타 제1번 Op.5의 1)등 다양한 군상들이 단편소설처럼 마리의 눈을 통해 묘사된다.

마리는 호기심 많고 자유분방하기 때문에 가는 곳마다 책 속의 주인공으로 자신을 몰입시킨다. 예를 들어 에릭에게는 모파상의「머리카락」(지금이야 버젓한 양서지만 발표 당시의 모파상은 포르노 작가 취급을 받기도 하였다)을 장군의 미망인에게는 <전쟁과 평화>, 사장에게는 뒤라스의 <연인>, 소녀에게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노판사에게는 말키아 사드의 <소돔의 120일>(새디즘이란 단어를 들어보았다면 말키아 사드의 이 작품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등을 읽어주면서 소년에게는 자신의 속살을 보여주기도 하고 노판사에게는 에로틱한 요구에 시달리기도 하는 등의 경험을 한다. 하지만 마리는 유연한 모습으로 병적인 그들의 요구를 유연하게 뿌리쳐 나간다.

천진난만한 마리의 삶이 한 자락의 동화처럼 베토벤의 선율에 실려있다. 언어의 미로를 헤매던 꽁스땅스는 소설 읽기를 끝내고 그녀의 마음이 윤택해짐을 느끼게 된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의 이름만큼 많은 의미들이 있구나. 그리고 나는 또 그들 이외에 또 다른 세계이고 하지만 나와 내가 아닌 것들 사이에는 도대체 어떤 다른 점이 있는 것일까? 책 읽기를 통해서 경험한 정의되지 않는 매력을 꽁스땅스가 느끼게 된 것이다. 꽁스땅스의 책 속의 주인공 마리가 되어 인간의 베일에 싸인 부분을 들여다 본 것이다.

   

   

존재에 대한 애정을 가슴 가득 품은 채 꽁스땅스는 책 읽어 주는 여자의 일을 시작하겠다고 결심한다. 세련된 양식미, 눈부시게 변화해 가는 여성의 심리, 인간의 사랑스러움과 슬픔 등의 요소를 카메라는 귀여운 터치의 앵글로 잡아 정교한 유리 세공 같은 느낌으로 이 영화를 진행시키고 있다. 현실과 책 속이라는 서로 다른 세계가 서로의 경계를 제한 없이 오가며 구축되는 스토리라인의 독특함도 독특함이려니와 화가 반 고흐의 영감을 자극하던 아루루 지방의 경쾌한 색채미가 영화의 전편을 향기롭게 하고 있다.

그러나 각 인물들의 성격에 따른 베토벤 음악의 적절한 사용이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을 구축해내고 친근감 있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이러한 음악의 사용이 이 영화 <책 읽어주는 여자>속에 등장하는 많은 문학작품들과 아름다운 미장센(영상 연출),그리고 스탭의 크레딧 타이틀에 당당히 자리한 루드비히 반 베토벤의 이름이 생활에 지쳐 잊고 지냈던 유년의 소박한 설레임을 다시 일깨워준다.

-영화속의 클래식 100선 중에서-

 
   

   
 

영화 '책 읽어주는 여자'

원제 : La Lectrice (the reader)
감독 : 미셀 드빌, 주연 : 미우미우

목소리에 생크림이 숨어 있는 여자 마리. 남자친구 프랑수아즈는 그녀에게 『책 읽어주는 여자』란 책을 읽어달라 부탁한다. 소설 '책 읽어주는 여자' 속의 여주인공이 된 마리는 휠체어 신세의 소년 에릭, 돈 많은 레닌 추종자 백작 부인, 욕구불만에 시달리는 광산토목업 사장, 장난이 심한 여섯 살난 꼬마 니콜, 은퇴한 판사에 이르기까지 각기 삶을 다른 방식으로 엮어가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책을 읽어주며 그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다준다. 이들에 대한 캐리커처가 코믹하고 명료하게 펼쳐지면서 처음에는 고객이 요구하는 대로 수동적으로 책을 읽어주던 마리는 스스로 고객을 골라서 자신의 의지대로 책을 읽어주는 방향으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간다. 책을 다 읽고 난 현실의 마리는 자신도 책 읽어주는 여자가 되리라 새로운 결심을 한다. 동화 같은 색채감, 각 에피소드마다 숨겨져 있는 사랑과 삶에 관한 교훈이 적절히 인용되는 명작의 구절들이 멋진 소품 같은 영화.

아름다운 이웃은 참마음 참이웃입니다.